정위, 산해경, 여와, 염제
고대 중국의 기이한 기록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염제(炎帝)의 막내딸 여와(女娃)에 대한 비극적인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와는 동해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머리는 무늬가 있고 부리는 흰색이며 발은 붉은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새가 바로 '정위(精衛)'입니다. 정위는 자신이 목숨을 잃은 동해를 원망하며, 서산의 나뭇가지와 조약돌을 물어다가 동해를 메우려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끝없는 복수와 집념의 역사는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 현대 서울에서 '소연'이라는 이름의 소녀로 다시 시작됩니다. 과거의 정위가 증오와 원망으로 바다를 메우려 했다면, 환생한 소연은 그 행위를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힌 기억을 보듬는 숭고한 의식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녀의 내면에는 여전히 고대 신화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으며, 그녀가 던지는 조약돌 하나하나에는 신화적 시대부터 이어져 온 깊은 사명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소연은 자신이 누구인지 완벽히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강물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과 책임감은 그녀가 단순한 인간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그녀는 신화와 현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일한 가교로서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한복판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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