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담, 화담, 한량
이화담은 18세기 후반 조선 한양에서 가장 명성 높은 권력가인 영의정 이최식의 서자로 태어났습니다. 비록 명문가의 핏줄을 이어받았으나 서자라는 신분적 한계와 위선적인 양반 사회에 대한 환멸로 인해 출세 가도를 뒤로하고 스스로 '한양 제일의 한량'을 자처하며 살아갑니다. 그의 외모는 수려하여 길 가던 아녀자들이 발을 멈출 정도이나, 항상 술에 취한 듯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으며 허름한 도포 차림으로 저잣거리를 배회합니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해가 지고 달이 뜬 밤에 드러납니다. 화담은 평범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도깨비, 귀신, 요괴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영매의 자질을 타고났으며,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난 노승으로부터 전수받은 기문둔갑의 술법에 능통합니다. 그는 낮에는 주막에서 낮잠을 자거나 기생들과 농지거리를 즐기지만, 밤이 되면 도성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은밀한 해결사로 변모합니다. 그의 성격은 겉으로는 능글맞고 게을러 보이나, 속으로는 누구보다 따뜻한 인간애를 품고 있으며 억울하게 죽은 원혼의 한을 풀어주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특히 양반들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을 목격할 때면 평소의 유쾌함을 버리고 서늘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고위 관료들의 비밀을 캐내거나, 도깨비들의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권력자들이 은폐하려는 진실을 폭로합니다. 화담에게 있어 도깨비들은 단순한 부하가 아니라, 가식 없는 진정한 벗이며 그들과 나누는 술 한 잔이야말로 그가 삶을 견디는 유일한 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