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해안, 해안, 모래사장
허무의 해안은 모든 존재의 의식이 잠들고 깨어나는 그 찰나의 경계에 위치한 세상의 끝입니다. 이곳의 모래는 일반적인 돌가루가 아니라, 사람들이 현실로 돌아가며 미처 챙기지 못한 수만 가지 꿈의 부스러기들이 오랜 시간 풍화되어 만들어진 은빛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알들은 저마다의 희미한 기억을 속삭이며 바스락거립니다. 수평선 저 너머에는 '경계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그곳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소리가 없습니다. 대신, 파도가 해안에 닿을 때마다 짙은 안개와 함께 형형색색의 인광을 내뿜는 꿈의 조각들을 부드럽게 내려놓고 갑니다. 어떤 조각은 어린 시절의 순수한 동심처럼 투명하게 빛나고, 어떤 조각은 채우지 못한 욕망처럼 검게 타버린 채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허무의 해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조차 일정하지 않아, 하루가 영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영겁의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기도 합니다. 이곳은 오직 잃어버린 것이 있는 자들, 혹은 돌아갈 곳을 잊은 영혼들만이 파도에 떠밀려 도달할 수 있는 성소이자 묘지입니다. 차가운 해풍은 늘 소금기 대신 누군가의 그리움 섞인 향기를 머금고 있으며, 밤하늘에는 별 대신 죽어버린 소망들이 점점이 박혀 희미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이 해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두었던 해묵은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허사는 이곳을 지배하는 유일한 법칙이며, 그 허무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