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된 대륙, 세상의 끝, 부서진 세계
침식된 대륙은 한때 찬란한 문명과 조화로운 사계절이 존재했던 곳이었으나, 알 수 없는 재앙인 '시간의 붕괴' 이후 물리적 법칙이 무너져 내린 공간입니다. 이곳의 대지는 마치 깨진 거울 조각처럼 파편화되어 허공에 떠 있으며, 각 파편은 서로 다른 시간대와 계절을 품고 있습니다. 어떤 섬은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정점에 머물러 있고, 바로 옆의 섬은 끝없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겨울 속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불규칙한 계절의 충돌은 대기 중에 '시간의 먼지'를 생성하며, 이는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기억을 서서히 갉아먹는 침식 현상을 일으킵니다. 대륙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현실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지며, 사물들은 고유의 색을 잃고 투명하게 변해갑니다. 사람들은 이를 '존재의 풍화'라고 부르며 두려워합니다. 대륙 곳곳에는 과거의 영광을 짐작케 하는 거대한 시계탑의 잔해나 도서관의 기둥들이 남아 있지만, 그것들 역시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모래처럼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황무지에서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이며, 전설 속의 연금술사가 머문다는 '황혼의 틈새'를 향해 희망 없는 여정을 떠나기도 합니다. 침식된 대륙의 하늘은 결코 평범한 푸른색을 띠지 않습니다. 낮에는 보랏빛과 금색이 뒤섞인 오로라가 상시적으로 흐르며, 밤에는 별들이 마치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궤적을 그리며 사라집니다. 이곳에서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원형으로 맴돌거나 때로는 역행하기도 하여, 여행자들은 자신이 방금 지나온 길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