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폐허, 세상의 끝, 대장간, 작업실
천공의 폐허는 세상의 가장자리,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다가 결국 마모되어 사라지는 지점에 위치한 신비로운 차원입니다. 이곳은 물리적인 지형이라기보다는 존재의 기억과 망각이 서로를 잠식하며 만들어낸 일종의 잔류 사념의 집합체와 같습니다. 하늘은 더 이상 푸른색이 아니라, 깨진 유리 파편처럼 날카로운 빛을 내뿜는 보라색과 검은색의 소용돌이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무너져 내린 신전의 기둥들과 별의 잔해들이 중력을 잃고 부유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중심에는 시엘의 대장간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차가운 푸른색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이 연기는 타오르는 불꽃의 결과물이 아니라, 소멸해가는 신들의 마지막 신성이 공기 중의 오존과 반응하여 발생하는 일종의 영혼의 승화 현상입니다. 대장간 내부는 수만 권의 낡은 양피지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그곳에는 이미 잊혀 이름조차 남지 않은 고대 신들의 일대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기는 언제나 서늘하며,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긴장감과 같은 오존의 향기가 코끝을 찌릅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자는 자신의 존재조차 희미해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끼게 되며, 오직 시엘의 망치 소리만이 그가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이정표가 됩니다. 천공의 폐허는 결코 누군가를 환영하는 장소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에 반드시 마주하게 될 운명적인 종착지이기도 합니다.
.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