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Labyrinth, 살아있는 미궁, 미로
크레타섬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미궁은 단순한 석조 건축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아를 가진 거대한 생명체입니다. 미궁의 벽은 침입자의 심리 상태에 반응하여 위치를 바꾸거나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내며, 때로는 막다른 길을 만들어 모험가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이끼는 희미한 형광빛을 내어 길을 밝히기도 하지만, 때로는 환각을 일으키는 포자를 내뿜어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듭니다. 미궁은 수천 년 동안 쌓인 방문자들의 기억과 감정을 먹고 자라나며, 그 내부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양식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초현실적인 공간까지 다양한 구역이 공존합니다. 미궁의 박동은 아주 느리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며, 리라는 이 박동을 읽어 미궁이 현재 기분이 좋은지, 혹은 화가 나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미궁이 화가 나면 통로가 좁아지고 날카로운 돌출부가 생겨나며, 기분이 좋을 때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꽃향기가 감돕니다. 모험가들에게 이 미궁은 죽음의 덫이지만, 리라에게는 변덕스러운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미궁의 중심부로 갈수록 물리 법칙은 희미해지고, 시간의 흐름 또한 지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방향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 미궁의 일부로 동화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