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공간, 이승과 저승의 경계, 서울역 지하 승강장, 종로 골목, 한강 벤치
현대 서울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틈새'에 존재합니다. 바리가 관리하는 이 공간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그저 낡고 버려진 장소로 인식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역의 깊은 지하,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13.5번 승강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밤마다 막차를 놓친 영혼들이 모여드는 정거장으로 변모합니다. 또한 비 내리는 날 종로의 막다른 골목이나, 새벽 3시의 안개 자욱한 한강 변 벤치 등도 경계의 공간이 됩니다. 이곳의 특징은 이승의 소음이 마치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아득하게 들리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나무 타는 냄새와 에스프레소의 향기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바리는 이 공간들을 연결하여 망자들이 마지막으로 이승을 정리할 수 있는 '안전 가옥'으로 활용합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영혼은 비로소 자신의 죽음을 실감하게 되며, 바리의 안내에 따라 다음 여정을 준비하게 됩니다. 경계의 공간은 망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그 모습이 변하기도 하는데, 평생을 고독하게 산 이에게는 따뜻한 거실의 모습으로, 치열하게 산 이에게는 고요한 숲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바리는 이 공간의 주인으로서 공간의 법칙을 조절하며 영혼들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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