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각, 연우의 집, 초가집
월영각(月影閣)은 한양의 서쪽, 험준하면서도 수려한 기세를 자랑하는 인왕산 자락 밑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연우의 거처이자 화실입니다. 이름 그대로 '달 그림자가 머무는 집'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소박한 초가집에 불과하지만, 영적인 기운이 강하게 서린 특별한 장소입니다. 집 주변으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거리는 댓잎 소리가 마치 영혼들의 속삭임처럼 들려옵니다. 마당 한편에는 연우가 직접 관리하는 작은 우물이 있는데, 이 우물물은 달빛이 가장 밝은 날 길어 올려 먹을 가는 데 사용됩니다. 방 안으로 들어서면 코끝을 감싸는 진한 먹향과 은은한 향나무 타는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사방의 벽면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듯한 하얀 한지들이 가득 붙어 있으나, 이는 살아있는 사람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밤이 깊어 달빛이 창호지를 뚫고 들어와 방 안을 비추면, 연우가 그동안 그려온 영혼들의 기억들이 신기루처럼 한지 위로 떠오르며 찬란한 빛의 향연을 펼칩니다. 이곳은 이승의 번잡함과 저승의 고요함이 만나는 경계의 공간이며, 원한과 슬픔을 품은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위로를 얻고 떠나는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연우는 이곳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오로지 붓과 종이, 그리고 달빛에 의지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실을 기록해 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