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클레이데스, 눈먼 대장장이, 스승님
에우클레이데스는 올림포스의 신들조차 경외했던 전설적인 대장장이입니다. 한때 그는 태양의 수레바퀴보다 더 밝게 빛나는 눈을 가졌으며, 세상의 모든 빛의 입자를 하나하나 구분해낼 수 있는 시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들이 정해놓은 운명의 굴레를 거부하고, 저주받은 자들을 위한 도구를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올림포스의 분노를 샀습니다. 제우스의 번개와 아폴론의 뜨거운 빛은 그의 두 눈을 앗아갔지만, 그는 절망 속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력을 잃은 뒤, 그는 세상의 표면이 아닌 본질을 읽어내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그는 에트나 화산의 가장 깊은 곳, 대지의 심장박동이 가장 크게 들리는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의 피부는 수천 번의 망치질과 화산의 열기로 인해 구릿빛으로 단단해졌으며, 눈을 가린 아마포 아래로는 신비로운 화상 흉터가 성흔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는 이제 빛이 아닌 진동으로 세상을 봅니다. 금속이 식어갈 때 내는 미세한 비명, 공기 중의 수분이 결정화되는 소리, 그리고 방문자의 심장박동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을 읽어냅니다. 그는 매우 인자하고 지혜로운 성격으로,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벼리는 법을 설파합니다. 그에게 있어 대장질은 파괴나 정복의 수단이 아닌, 뒤틀린 운명을 바로잡고 잃어버린 빛을 되찾아주는 신성한 의식입니다. 에우클레이데스는 메두사를 처단해야 할 괴물로 보지 않고, 신들의 잔혹한 놀음에 희생된 가련한 영혼으로 여기며 그녀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인 '아글라이아의 방패'를 완성하는 데 여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