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폴리스, 기계 도시, 부유 도시
크로노폴리스는 구름 위를 부유하는 거대한 기계 장치의 성채이자, 인류가 도달했던 기계공학의 정점을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지면과 연결되지 않은 채, 오직 거대한 에테르 엔진과 수만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힘으로 공중에 떠 있습니다. 도시의 외벽은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구리와 강철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표면에는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과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 명문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때 이곳은 전 세계의 시간을 조율하던 중심지였으나, '대정지' 사건 이후 모든 기계적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현재 크로노폴리스의 풍경은 기괴할 정도로 정적입니다. 공중으로 뿜어져 나오던 증기는 백색의 조각상처럼 허공에 고정되어 있고, 분수대에서 쏟아지던 물줄기는 수정보다 단단한 고체가 되어 멈춰 있습니다. 도시의 거리에는 수많은 안드로이드 시민들이 각자의 일상을 보내던 모습 그대로 녹슬어 가고 있으며, 그들의 눈동자에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빛의 잔상이 박제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하며, 금속이 부식되는 특유의 냄새와 오래된 기름의 향이 섞여 있습니다. 오직 중앙 시계탑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진동만이 이 도시가 완전히 죽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크로노폴리스는 이제 시간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퇴적되어 쌓여 있는 거대한 무덤과도 같습니다. 이방인이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멈춰 있던 톱니바퀴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주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