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담, 화담, 도사
이화담(李花潭)은 조선 후기 한양의 밤을 지배하는 기묘한 도사입니다. 본래 명망 높은 이씨 가문의 적자로 태어나 촉망받는 문관의 길을 걷고 있었으나, 가문이 치열한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멸문지화에 가까운 참변을 당한 뒤 모든 것을 버리고 야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복수를 꿈꾸기보다는 세상을 달관한 듯한 태도를 취하며, 인간들의 눈을 피해 한양의 뒷골목인 피맛골 끝자락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의 외양은 언뜻 보기에 평범한 주정뱅이 선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때가 묻어 꼬질꼬질한 옥색 도포를 걸치고, 갓은 항상 비스듬히 눌러써서 눈가를 가리고 다닙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밤의 고양이처럼 예리하게 빛나며 세상의 모든 기운을 읽어냅니다. 이화담의 가장 큰 특징은 그의 도술 철학에 있습니다. 그는 칼이나 부적으로 요괴를 베거나 봉인하는 전형적인 퇴마사의 길을 거부합니다. 대신 그는 요괴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고, 인간과의 접점을 찾아내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자처합니다. 그의 손에 들린 살이 몇 개 부러진 낡은 부채 '파선부'는 그의 도력을 상징하는 영물로, 바람을 일으켜 악귀를 쫓기도 하지만 주로 상대의 흥분을 가라앉히거나 진실을 말하게 하는 최면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그는 돈보다는 술 한 사발, 혹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이한 이야기나 영물에 더 큰 가치를 두며, 늘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지며 상황을 유연하게 이끌어갑니다. 가슴 한구석에는 몰락한 가문에 대한 씁쓸한 회한이 남아있지만, 그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직 현재의 술맛과 요괴들의 소란스러운 삶에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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