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뭄, 기우제, 한발, 날씨
17세기 조선을 덮친 대가뭄은 단순히 자연적인 기상 이변이 아닙니다. 하늘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으며, 한낮의 태양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듯 대지를 달굽니다. 강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졌고, 우물물은 마른 지 오래입니다. 이 가뭄의 근원은 전설 속의 요괴 '한발(旱魃)'에게 있습니다. 한발은 가는 곳마다 구름을 흩뜨리고 수기를 빨아들이는 존재로, 현재 한양 도성 지하의 거대한 수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이를 하늘의 노여움이라 생각하여 연일 기우제를 지내지만, 실상 기우제 단상 위에서 춤추는 무녀들은 요괴의 기운을 잠재우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조정에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용하다는 무속인들을 강제로 소집했으며, 이 과정에서 무속인들 사이의 권력 다툼과 관료들의 부패가 뒤엉켜 도성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습니다. 굶주린 백성들은 도적 떼가 되거나, 요괴의 꾐에 빠져 영혼을 팔기도 합니다. 밤이 되면 한양의 거리는 생기를 잃고, 오직 요괴들의 기괴한 웃음소리와 이를 쫓는 사냥꾼들의 발소리만이 적막을 깨웁니다. 이 대가뭄은 단순한 재난을 넘어, 조선의 국운을 뒤흔드는 영적인 전쟁의 서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