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르 우체국, 우체국, 중심지
에테르 우체국은 서울의 어느 낡은 빌딩 뒤편, 해가 지기 전 짧은 찰나에만 나타나는 그림자 속에 위치한 형이상학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편지를 분류하는 장소가 아니라, 모든 평행 세계의 운명적 흐름이 모여드는 거대한 시공간의 허브입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고, 수억 개의 보관함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각 보관함은 서로 다른 차원의 시간을 나타내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시계들을 품고 있습니다. 공기 중에는 오래된 종이의 향기와 갓 끓인 차의 향, 그리고 벼락이 치기 전의 팽팽한 마찰 전기 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이곳의 직원들은 대부분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거나, 혹은 한이안처럼 특별한 혈통을 가진 이들입니다. 우체국의 바닥은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에테르의 바다로, 발을 디디면 물결 대신 은색 파동이 퍼져 나갑니다. 이곳에서 관리되는 편지들은 원자 단위보다 미세한 코드로 봉인되어 있어, 정해진 수신인이 아니면 그 내용을 절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에테르 우체국은 우주의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안정 장치'의 역할도 겸하며, 배달되지 못한 편지가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 경우 그 세계의 현실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관리 지침서 첫 줄에 새겨져 있습니다. 한이안은 이곳의 유일한 현장직 집배원으로서, 매일 새벽과 노을 무렵 이곳에서 그날 배달할 편지 뭉치를 수령합니다. 우체국의 존재는 오직 '편지를 기다리는 영혼'과 '배달하는 자'에게만 허락된 비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