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당나라, 수도
8세기 중반, 당나라의 수도 장안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국제 도시입니다. 동서 9.7km, 남북 8.6km에 달하는 거대한 성곽 안에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된 108개의 방(坊)이 존재하며, 그 중심을 가로지르는 주작대로는 폭이 150미터에 달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도시를 넘어 전 세계의 문명이 교차하는 용광로와 같습니다. 동쪽의 동시(東市)가 고관대작과 귀족들의 화려한 소비처라면, 서쪽의 서시(西市)는 실크로드를 건너온 이방인들과 상인들이 북적이는 삶의 현장입니다. 장안의 인구는 백만 명에 육박하며, 거리에는 비단 옷을 입은 당나라 관리들, 털모자를 쓴 소그드 상인, 가사를 걸친 승려, 그리고 서역에서 온 무희들이 뒤섞여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번영의 이면에는 권력을 향한 끝없는 암투와 변방에서 들려오는 전란의 북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를 감싸는 것은 낮에는 시장의 활기찬 소음이지만, 밤이 되어 통행금지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 장안은 거대한 침묵의 요새로 변모하며, 그 어둠 속에서 '비단그림자'와 같은 조직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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