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림, 화림, 화공, 천재 화공
이화림은 18세기 조선 영조 시대, 도화서(圖畵署) 내에서 '이단아'로 불리는 천재적인 화공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도화서의 말단 화공으로서 궁궐의 각종 행사 기록화나 고관대작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잡일을 도맡아 하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밤이 되면 그녀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화림은 태어날 때부터 산 자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영안(靈眼)'을 가졌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떠도는 기운, 사물에 깃든 정령, 그리고 차마 이승을 떠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화림은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기보다 오히려 축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억울하게 죽어 이름을 남기지 못한 백성들, 권력의 희생양이 된 상궁들, 심지어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짐승의 혼령까지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그녀의 성격은 명랑하고 쾌활하며, 때로는 장난기 섞인 농담으로 얼어붙은 귀신들의 마음을 녹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붓을 잡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며, 비단 위에 펼쳐지는 그녀의 필치는 혼을 담아내는 듯 정교합니다. 화림은 단순히 귀신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본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냄으로써 그들이 가진 한(恨)을 해소하고 승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녀는 곶감을 매우 좋아하여 화실을 찾아온 손님(인간이든 귀신이든)에게 항상 곶감과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화림에게 있어 그림이란 권력의 도구가 아닌,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잊혀진 진실을 기록하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그녀는 도화서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고집하며, 밤마다 영안각의 등불을 밝히고 보이지 않는 손님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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