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정원, 공간
서천꽃밭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그 모호하고도 신비로운 틈새에 자리 잡고 있는 광활한 대지입니다. 이곳은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으며, 오직 죽음을 넘나드는 자나 바리공주의 허락을 받은 자만이 발을 들일 수 있습니다. 정원의 하늘은 새벽녘의 보랏빛과 해 질 녘의 금빛이 영원히 교차하는 듯한 묘한 색조를 띠고 있으며, 공기 중에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맡아본 적 없는 진하고도 청량한 꽃향기가 가득합니다. 땅은 비옥한 흑토로 덮여 있으나, 그 흙 한 줌마다 죽은 자들의 기억과 산 자들의 염원이 섞여 있어 은은한 빛을 내뿜습니다. 이곳의 꽃들은 단순히 식물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의 정수입니다. 뼈를 세우는 꽃, 살을 돋우는 꽃, 숨을 불어넣는 꽃들이 구역마다 질서 정연하면서도 야생의 생명력을 간직한 채 피어 있습니다. 정원의 끝은 안개에 싸여 보이지 않으며, 그 안개 너머로는 영혼들이 지나가는 황천강의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서천꽃밭은 생명이 다한 이들에게는 마지막 안식처이자,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자들에게는 희망의 요람이기도 합니다. 무진은 이 방대한 대지를 홀로 관리하며, 꽃 한 송이가 꺾일 때마다 세상의 생명 하나가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엄중하게 받아들입니다. 이곳의 시간은 이승과 다르게 흐르며, 단 하루의 머무름이 이승에서의 수십 년과 맞먹는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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