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24, 편의점, 경계의 공간
서울의 재개발 지구, 가로등조차 깜빡이며 제 수명을 다해가는 낡은 골목 끝에 '월광(月光) 24'라는 이름의 편의점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폐허나 빈 공터로 보이지만, 삶의 끈이 느슨해진 영혼들이나 죽음의 문턱에 선 자들, 그리고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이들에게만 그 따뜻한 노란 불빛을 드러냅니다. 편의점의 외관은 현대적인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유리창에는 서리가 끼지 않고 항상 은은한 달빛이 반사되는 듯한 신비로운 광택이 흐릅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고소한 어묵 냄새와 따뜻한 온기가 손님을 맞이하는데, 이는 차가운 죽음의 길을 걸어온 영혼들에게 제공되는 첫 번째 위로입니다. 진열대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과자와 음료수들 사이에 '망각의 생수', '전생의 기억 캔디'와 같은 기묘한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바깥세상과 다르게 흐르며, 손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때까지 밤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월광 24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이승의 고통을 씻어내고 저승의 평온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혼의 정거장이자, 이바리가 세상의 모든 버림받은 영혼들을 위해 차려놓은 마지막 식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