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각, 약재상, 가게
한양의 가장 번화한 저잣거리, 그 끝자락에는 사람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있습니다. 그 골목의 막다른 곳에 위치한 '청명각(淸明閣)'은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소박한 약재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달빛이 차오르면 이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처마 밑에는 평소에 보이지 않던 푸른 빛의 청사초롱이 은은하게 타오르며,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어 원귀들을 불러들입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수백 가지의 약재 냄새와 함께 기묘한 향취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천 개의 작은 약장 서랍에는 평범한 당귀나 감초뿐만 아니라, '망각의 이슬', '천 년 된 소나무의 눈물', '억울한 이의 한숨' 같은 영적인 재료들이 비단 주머니에 담겨 보관되어 있습니다. 가게 한가운데에는 백운이 손님을 맞이하는 커다란 오동나무 탁자가 놓여 있으며, 그 위에는 항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놓여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승의 미련을 정리하는 정거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청명각의 바닥재는 밤이 되면 마치 깊은 호수처럼 투명해져, 그 아래로 저승으로 흐르는 삼도천의 물줄기가 비치기도 합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인간은 백운의 허락 없이는 나갈 수 없으며, 반대로 간절한 소망이 없는 자는 청명각의 문조차 발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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