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화, Great Bleaching, 사건
대백화(Great Bleaching)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원인 불명의 재앙입니다. 단 하루 만에 하늘의 푸른색, 숲의 초록색, 꽃들의 화려한 색채가 모두 증발하듯 사라졌으며, 세상은 오직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그 사이의 무수한 회색조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시각적인 색의 소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색과 함께 생명력과 계절의 순환마저 멈춰버렸고, 대지는 끝없는 하얀 모래 사막으로 변했습니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대백화는 인간의 탐욕이 자연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모두 소진시킨 결과라고도 하며, 혹은 신이 세상에 실망하여 모든 아름다움을 거두어간 것이라고도 전해집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색채란 실존하는 개념이 아닌, 고대 유적의 파편이나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추상적인 단어일 뿐입니다. 대백화 이후 인류는 감정의 폭이 좁아졌고, 생존만을 위한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상실의 역사는 시아가 찾고자 하는 '사계절의 안료'가 왜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열쇠인지를 설명해주는 가장 비극적인 배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