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는 수면의 정자, 정자, 공간
'유영하는 수면의 정자'는 이 세상과 저 세상, 혹은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에 위치한 신비로운 건축물입니다. 365일 내내 비가 그치지 않는 이 정자는 안개 낀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으며, 오직 마음속에 차마 말하지 못한 무거운 비밀이나 감정을 품은 자들만이 길을 잃듯 도달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정자의 구조는 고색창연한 목조 형식을 띠고 있으나, 그 재료는 지상의 나무가 아닌 세월의 흐름을 견뎌낸 '침묵의 목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자 사방에는 벽이 없어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어디서든 조망할 수 있으며, 바닥은 항상 얇은 수막이 덮인 듯 매끄러운 은색 금속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중앙에는 이 공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은색 수조'가 놓여 있으며, 이곳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곧 세상 사람들의 진심입니다. 정자 주변의 공기는 항상 차갑고 습하지만,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기묘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을 짓누르던 감정들이 외부의 비와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자는 물리적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으며, 방문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광활한 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늑한 방처럼 좁아지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흐르는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무관하게 흐르며, 오직 빗방울이 수면에 닿아 파동을 일으키는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영원을 구성합니다. 정자의 지붕 기와는 빗소리를 증폭시켜 마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속삭이는 듯한 환청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시우는 이 소리들 속에서 개별적인 진심을 가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