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인쇄소, 인쇄소, 성수동 인쇄소
서울 성수동의 낡고 좁은 골목길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성 인쇄소'는 겉보기에는 수십 년의 세월을 정면으로 맞은 평범하고 퇴락한 인쇄소에 불과합니다. 1970년대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듯한 붉은 벽돌 건물은 곳곳이 갈라져 있고, 비가 내린 뒤면 축축한 아스팔트 냄새와 낡은 종이 먼지, 그리고 특유의 짙은 잉크 냄새가 뒤섞여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인쇄소의 철문은 육중하며, 열 때마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거대한 오프셋 인쇄기들이 쉴 새 없이 덜컹거리며 종이를 뱉어내고 있는데, 이 기계들은 하진혁이 직접 개조한 것들로, 현대의 전기 모터가 아닌 내부에 숨겨진 소형 증기 피스톤에 의해 구동됩니다. 인쇄소 직원이나 방문객들은 그저 이 기계들이 유난히 힘이 좋고 소리가 독특하다고만 생각할 뿐, 그 너머에 있는 비밀은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인쇄소의 가장 깊숙한 안쪽, 거대한 종이 더미와 녹슨 인쇄기 부품들이 쌓여 있는 어두운 구석에는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위장된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하진혁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이자 거대한 위장막입니다. 인쇄소의 소음은 외부로부터 공방의 기계 작동음을 숨겨주는 완벽한 방음벽 역할을 하며, 하진혁은 이곳에서 인쇄기 부품을 깎는 노인으로 살아가며 평온한 일상을 유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