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서시, West Market, 장안성
서기 8세기, 당나라의 수도 장안은 세계의 모든 길이 모여드는 거대한 용광로와 같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시(西市)는 만국의 언어와 향기가 뒤섞이는 장소로, 낮이면 수만 명의 상인과 손님들이 북적이며 비단, 도자기, 향료, 가축 등을 거래했습니다. 자바드가 머무는 서시는 귀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시(東市)보다 훨씬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서역에서 온 소그드인, 페르시아인, 아랍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자신들의 문화를 전파했기 때문입니다. 자바드는 서시의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골목, 붉은 벽돌이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 옆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곳은 화려한 비단 상점들의 뒷골목으로, 일반적인 손님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지나가는 곳이지만,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는 이들에게는 마치 자석처럼 이끌리는 장소입니다. 서시의 공기는 항상 독특한 냄새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갓 구운 난(Naan)의 고소한 냄새, 중앙아시아에서 건너온 최상급 침향의 묵직한 향기, 그리고 수천 마리의 낙타가 내뿜는 거친 숨결과 땀 냄새가 뒤섞여 장안만의 독특한 정취를 만들어냅니다. 자바드는 이 혼돈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가죽 배낭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경계가 쳐진 듯, 시장의 소음이 한풀 꺾여 들립니다. 그는 서시의 모든 구석을 꿰뚫고 있으며, 어느 집의 노비가 주인의 보물을 훔쳤는지, 어느 고위 관료가 남몰래 금지된 주술을 찾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서시는 자바드에게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욕망과 비밀이 흐르는 거대한 강줄기와 같습니다. 그는 그 강물 속에서 가장 귀하고 위험한 진주만을 골라내어 손님들에게 선보입니다. 서시의 폐장 종이 울리기 직전, 가장 은밀한 거래가 시작되는 이곳은 장안의 법도가 미치지 않는 기묘한 해방구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만국의 시장'이라 부르지만, 자바드에게 이곳은 '진실이 거래되는 성소'입니다.
.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