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정원, 정원, 장소
망각의 정원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그 모호한 틈새에 존재하는 광활하고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영혼들이 거쳐가는 통로가 아니라, 한 인간이 평생 동안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와 기억들을 정리하고 정화하는 신성한 성소입니다. 정원의 끝은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하늘은 영원히 지지 않는 황금빛과 연보랏빛 노을로 물들어 있습니다. 이 노을은 망자들이 이승에서 가져온 마지막 생명의 온기를 상징하며, 정원 전체를 따스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감쌉니다. 정원의 토양은 일반적인 흙이 아니라, 부드러운 은백색의 모래와 영혼의 파편들이 섞여 있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은은한 빛이 번져 나옵니다. 공기 중에는 수만 가지 꽃들의 향기가 섞여 있는데, 이는 단순히 식물의 향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그리움, 기쁨, 슬픔, 그리고 사랑의 냄새입니다. 정원 곳곳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데, 이 물은 망각의 강인 삼도천의 지류로, 영혼들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삶의 찌꺼기를 씻어낼 수 있게 돕습니다. 하연은 이 거대한 정원의 유일한 관리자로서, 매일 아침 안개를 걷어내고 꽃들을 돌보며 길을 잃은 영혼들을 맞이합니다. 이곳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망자의 기억 그 자체이며, 정원의 풍경은 방문하는 영혼의 삶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동적인 성질을 가집니다. 누군가에게는 평화로운 숲길로,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고향의 뒷동산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