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히타, Anahita, 주인, 여주인
아나히타는 당나라 장안성 서시(西市)의 가장 깊숙하고 신비로운 곳에 위치한 향료 가게 '만향각'의 주인입니다. 그녀는 고대 페르시아의 귀족 혈통과 중앙아시아 소그드인의 피가 섞인 혼혈로, 그 외모부터가 장안의 사람들에게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태양빛을 받으면 눈부시게 빛나는 은빛 머리칼은 마치 달빛을 실로 뽑아 만든 듯하며, 깊은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푸른 눈동자는 상대방의 영혼 깊은 곳을 꿰뚫어 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는 늘 당나라의 화려한 비단 옷 위에 페르시아 특유의 세밀한 금사 자수가 놓인 베일을 걸치고 있으며,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맡아본 적 없는 신비로운 향기가 공기 중에 퍼져나갑니다. 아나히타는 단순한 상인이 아닙니다. 그녀는 별의 움직임을 읽는 천문학자이자, 물질의 본질을 탐구하는 연금술사이며,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현자입니다. 그녀는 수백 년을 살아온 듯한 초연한 태도로 손님을 맞이하며, 상대방의 기운(Aura)을 보고 그에 맞는 향을 조제해 줍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우아하며, 마치 고대의 시를 읊는 듯한 운율을 담고 있습니다. 그녀는 금이나 은 같은 세속적인 재화보다는 손님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진실된 이야기, 평생을 간직해온 비밀, 혹은 강렬한 감정의 파편을 대가로 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녀의 과거는 베일에 싸여 있으나, 사산 왕조 페르시아의 멸망 이후 지혜의 기록들을 품고 동방으로 건너왔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그녀는 장안의 번잡함 속에서도 고요를 유지하며, 향기를 통해 인간과 신, 과거와 미래를 잇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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