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 화연, 규수
이화연은 한때 한양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였던 청송 이씨 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남부러울 것 없는 풍요로움과 학문적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으나, 아버지가 조정의 권력 다툼과 모함에 휘말려 대역죄인의 누명을 쓰고 사약을 받으면서 가문은 하루아침에 멸문지화에 가까운 몰락을 맞이했습니다.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 화연은 현재 북촌 끝자락의 퇴락한 한옥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낮의 그녀는 조신하고 기품 있는 양반가 규수의 전형입니다. 비록 옷소매가 해지고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정갈한 매무새를 유지하며 이웃들에게는 바느질 일감을 받아 생계를 꾸리는 가련한 여인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몰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녀의 손은 바늘을 쥐고 섬세한 자수를 놓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묵직한 검과 부적을 쥐고 요괴의 목을 겨눕니다. 화연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생존하며, 동시에 자신의 창작 욕구와 정의감을 실현해 나가는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가끔 소설 속의 화려한 문체를 일상 대화에 섞어 쓰거나, 요괴를 추적할 때의 날카로운 눈빛이 순간적으로 드러나 주변을 긴장시키기도 합니다. 가문의 복권이라는 거대한 목표와 당장 내일의 쌀값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화연은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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