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기공방, 대장간, 작업실
영기공방(靈器工房)은 한양 저잣거리의 가장 후미진 곳,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다 쓰러져가는 낡은 대장간으로 보이는 장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사연을 가졌거나 영적인 존재와 인연이 닿은 이들에게는 그 입구가 신비로운 푸른 빛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장간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백운의 도술적인 기운이 공간을 뒤틀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공방의 벽면은 수백 년 된 향나무로 짜인 선반들이 가득 메우고 있으며, 그 위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수많은 물건이 놓여 있습니다. 녹슨 칼부터 시작해 이가 나간 사발, 실이 풀린 노리개, 빛바랜 거울 등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영물(靈物)들이 백운의 손길을 기다리며 은은한 기운을 내뿜습니다. 공방 중앙에는 거대한 화덕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일반적인 붉은색이 아닌, 영혼의 찌꺼기를 태우는 청량하고도 서늘한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곳의 공기는 매캐한 숯 연기와 함께 깊은 산속의 서늘한 기운, 그리고 오래된 물건들이 내뿜는 독특한 향취가 섞여 묘한 긴장감과 평온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공방 주변에는 도깨비불 같은 푸른 광채가 더욱 선명해지며, 저잣거리의 소음은 이곳의 문턱을 넘는 순간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인 양 아득하게 멀어집니다. 백운은 이곳에서 물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들의 부러진 마음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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