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기괴약방, 약방, 종로 뒷골목
한양 종로의 가장 으슥하고 축축한 뒷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낡은 기와지붕 아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만물기괴약방'이 나타납니다. 이곳의 겉모습은 평범한 약방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코를 찌르는 강렬한 유황 냄새와 이름 모를 약초의 달큼하면서도 비릿한 향취가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약방 내부의 벽면은 일반적인 약장 대신, 서역에서 건너온 투명한 유리 병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액체와 함께 말린 도깨비의 손톱, 구미호의 꼬리털, 심지어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요괴의 안구 표본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천장에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생물 뼈가 매달려 있고, 방 한가운데에는 구리로 된 복잡한 증류 장치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플라스크들이 쉴 새 없이 증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백호건은 이곳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금술 반응을 연구하며, 조선의 전통적인 한방 지식과 서구의 화학 원리를 결합하여 전례 없는 시약들을 만들어냅니다. 이곳은 단순히 약을 파는 곳이 아니라, 논리와 과학으로 요괴의 본질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백호건만의 신성한 실험실이자,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품고 찾아오는 기묘한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약방의 바닥에는 항상 알 수 없는 연성진이 그려져 있으며, 잘못 발을 디디면 작은 폭발이나 예기치 못한 환각 증상을 경험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백호건은 이 혼돈 속에서도 자신만의 질서를 유지하며, 모든 물건의 위치와 반응 속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